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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작성자 : 주한
작성일 : 2018-04-26 오전 1:27:01
상담분류 : 기타상담 조회 : 174
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의 학생입니다.
요즘들어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고 고민하다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만큼 제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이겠죠?

간략하게 말하자면 인생을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아주 옛날 이야기이지만 저는 어릴때부터 말주변이 없고 소심했으며 성격이 그리 싹싹하지 못해서 특히 학창시절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해 잘 어울리지 못했고 거기에 더해 얼굴이 못났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도 심하게 왕따도 당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면 자리 위에 쓰레기가 항상 올려져 있었고 가지고 있던 물건이 없어지는 것도 물론이고 심할때는 서랍 속에 더러운 이물질으로 범벅이 되거나 벌레 시체도 올려질때도 있었습니다.

그 나이대에는 무서울게 없으니 생각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아무 정당한 이유 없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괴롭힘 당하는게 너무 서러웠습니다.

못생기고 말도 어눌하고 만만해보인다고 온갖 조롱과 욕설을 달고 사는 건 기본이였고 심하면 남자인데 생리를 한다는 등 모함의 의도가 다분한 성희롱에 거짓 소문을 당하기도 한 그 당시에는 학교를 다니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였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죽어서 학교에 안나와서 출석부에 내 이름이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면전에서 모욕을 듣기도 하고 당시 유행하던 C사 미니홈피에도 저에 대한 조롱과 욕이 가득하기도 했었지요 ㅎㅎ

몇년 후에는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도 배신을 당하면서 사람이 너무 싫어지기도 했고 남들은 그리워 한다는 학창시절은 제게는 악몽과 같은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했던 것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나 혼자 앓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참고 버틴 기억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 왕따 당하는 걸 알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어요. 소란스럽게 하여 폐가 되고 싶지 않아 그냥 참았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너무 닳고 닳아서 면역이 되어서 아무렇지 않게 써내릴 수 있지만 상처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된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 저는 집안에서는 부족한 것 없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저는 집안의 막내인데, 첫째는 살면서 부모님 속 썩인적 단 한번도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착실하게 살며 명문대도 무난히 졸업하고 비전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예민하고 고집이 센 성격 탓에 부모님을 자주 걱정시킨 것 같고 첫째에 비해 공부도 잘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첫째는 학업적인 면이나 인성적인 면에서 훌륭하지만 저는 그러질 못해서 제 자신에게 분하고 화날때도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연해 진다고는 해도 여전히 위축되고 제가 싫은건 어쩔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부모님께 기쁘게 해드린 적이 있을까요.

왕따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피해의식 죄책감 그리고 열등감이 지속되고 그걸 제대로 극복을 못해서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결국 전 몇년 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아 대학병원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대학병원 특성상 환자 개개인을 세심하게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어 처음에만 제대로 상담 및 진료가 진행되다가 점점 약 처방 받으러 가는 사무적인 관계로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도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고나서도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사람 대하기가 어려워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치 내 실체와 밑바닥이 드러나면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을거란 두려움에 마음도 잘 열지 못하고, 비난받는 것에 익숙하고, 일단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면 일단 나를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 항상 듭니다. 상처를 극복 못했으니 자라서도 쭉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외모도 나름대로 신경도 많이 쓰고 비싼 옷도 사서 입어보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계속되는 듯해 제 자신이 싫어집니다. 일도 잘 안 풀리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난 몇년간 우연히 찾아온 몇몇 좋은 기회는 있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한적이 있고 변화하려고 조금씩 노력은 했습니다. 근데 요즘들어서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에 압도되어서,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듭니다.. 일이 잘 안풀리니 제 자신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고 결국 난 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인건지, 제 자신에게 너무 분하고 화도 납니다. 슬럼프는 여러번 경험했지만 이번은 정말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이 이상하게 너무 괴로워요. 그것도 몇달씩이나. 결국 난 가치없는 인간인건가 자괴감도 듭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고 싶은지 목표를 잃은 것 같고 내가 죽고 나서의 상황들을 가정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덜 아파하고 슬퍼할지 생각도 많이 합니다. 사실 주변에 슬퍼할 사람도 거의 없지만요. 처음엔 슬픈게 어쩔 수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질테니까요. 내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이라도 나와 장기적으로는 이렇게라도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름답게 떠나고 싶어 영정사진이라도 찍는게 어떤가 생각도 합니다.

지금 저는 정말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너무 비참하고 힘든데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습니다. 쓸데없이 자존심은 세서 속마음도 잘 못 털어놓겠어요. 슬럼프는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당연한 것인데 올해 들어서는 너무 괴롭고 다 내려놓고 싶다는 기분만 자꾸 듭니다. 과연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드네요. 그냥 처음부터 전 잘못 산걸까요. 성인인데도 여전히 불완전한 제 자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기대되지 않습니다.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은 상태인 20대 중반의 학생신분인 제가, 비용 걱정없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보다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전 위험한 상태에 있고 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전에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하나에 모든 복합적인 아픔과 고민을 담아낼 순 없지만 2시간동안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서 조심스럽게 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IP : 138.68.185.44
답변내용 :
진지하게 삶에 대해 고뇌하고 있는 님에게

자신은 소심하고 비사교적이어서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며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괴로움으로 헤매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주한님.

너무나 섬세하고 진지한 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깊이 있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겠구나 하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형에 비해 잘하는 것이 없고
예민하기만 하고 고집이 세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적이 없다고 하셨지만
부모님께서는 이렇게 섬세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신 님을
키우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셨을 것 같습니다.
주한님이 표현하지 않은 속마음의 괴로움은 짐작도 하지 못하고 말입니다.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났지만 조금 예민한 사람은
가정 밖에서 받는 괴롭힘이나 조롱에 대해서
면역력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더 힘들고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상처 주게 될까봐 두렵고
지금까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유일한 공간마저 부서지게 될까봐 불안해서
그러한 고통을 가족에게 들어내 놓고 말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세하게 말씀 주시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몇 년 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가 있었고 그걸 누렸지만
최근에 찾아온 슬럼프로 인하여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드셨군요.
자신이 자신을 신뢰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칭찬이나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고양되고
비난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쉽게 상처 입게 됩니다.
그만큼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으로 불 수 있지요.

자신의 성격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말씀 주셨는데
성격은 긍정적으로 보는 면이 다른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님의 소심하고 말주변이 없다고 하신 성격은
반대로 보면 신중하고 말주변 대신에 글주변이 좋은 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평가받음은
오히려 섬세하고 감성이 풍부한 장점으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가치는 외부에서 보다 내부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한님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내면적인 평가에서보다
외부적인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한님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못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이 무슨 말을 할 때 ‘난 그래. 역시’ 하고 쉽게 동의해 버리고
그들이 원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특정한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한님
본인이 행복할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있냐고 하셨지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행복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행복할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행복과 사랑의 기준을 밖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본인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주한님의 삶은 주한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기준점에 놓고 본인이 중심을 어두운 쪽으로 잡으면
본인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될 것입니다.
우선 자신에게 중심을 두고 주변을 바라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혼자서 힘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힘드실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의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선 주한님은 헤쳐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으신 주한님.
긴 시간 동안 겪어왔던 아픔과 고통이 한 장의 상담편지로
어떻게 위안이 되고 해결이 되겠습니까마는
자신이 쓴 글이 자신의 거울이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정성들여 닦은 거울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뒤에서 지나가는 타인들의 시선을 거두어 내고
온전하게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주한님이 아픔과 서러움 속에서
묻혀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적,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은 결코 혼자서 이겨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학병원에 다니면서 상담치료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대학병원에 유능한 전문선생님이 많이 계시지만
병원 특성상 환자 개개인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의사 선생님을 찾으셔서 개별상담을 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별상담을 할 경우 환자 당 오십 분 정도를 상담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우선되고
이에 뒷받침되는 전문가의 상담과 처방이 실질적인 해결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상담실의 문은 열려 있으니 손을 내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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