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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보통 사람들은 뭘 위해 사나요?
작성자 : 은정
작성일 : 2018-06-13 오전 1:35:53
상담분류 : 기타상담 조회 : 57
문득 궁금하네요. 저는 정말 잘 모르겠거든요..
요즘들어 다시 그냥 세상에서 사라졌음 좋겠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어요.
특히 밤에 조용히 혼자 깨어있을땐 더 많이 생각이 나고요.
근데 흔히 다른 자살충동자들이 말하는것처럼 뛰어내리고싶다거나 자해를 한다거나 이렇진 않아요 그냥 잠이 든 뒤에 다음날이 안왔으면 좋겠다 정도의 추상적인 바람정도.
이랬던적이 처음은 아니고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매일같이 그랬어요.
집안은 조용하고 우울하고 부모는 나한테 관심도 없고 학교에선 왕따도 당해봤고 친구도 없었어요. 학창시절의 친구관계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지금까지도 꿈에 많이 나와요. 그땐 삶에 재미라는게 없었기때문에 언제 죽어도 아쉬울게 없는 나날이었죠.
그래도 그때는 빨리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인생이 뭔가 확 바뀔것만같은 막연한 꿈은 있었던것같아요 그래서 처절하게 공부해서 입시를 치르고 대학도 갔고 결국 사회의 노동력이되고 지금은 결혼까지 했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 정말 정신없이 열심히 살아서 한동안은 그런생각을 하지 않았던것같아요. 태어난집에서의 가난을 혼자힘으로 어느정도 돈벌면서 극복해냈다 뿌듯하기도 했고요. 어릴때부터 집이 가난해서 비참한기억이 너무 많았기에 정말 내힘으로 열심히 벌고 자기계발하고 쉼없이 달려왔는데,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왜그렇게 고생하고 바쁘게 살았을까싶을정도로 평범하고 한심하고 그리 훌륭하지가 않아보여서 참 허무해요. 이제는 뭘 목표로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태어나고싶어 태어난것도아닌데 낳아준것만해도 고맙게여겨야한다고 하며 이제와서 받은것도없는데 키워준거 토해내라하고 애정달라고 관심달라고 전화자주하라고하는 엄마도 증오스럽고. 사실 지금은 엄마 연락을 아예 차단한지 몇개월 됐어요.
성인되고 20대 초중반 좀 어린 성인일때는 그래도 엄마한테 잘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엄마도 고생하며 산걸 아니까. 근데 더 나이가 들면서는 엄마가 점점 이해가 안가기시작하더라고요. 내가 부모가될수있는 나이가 되가면서 그러기시작한것같아요. 나라면 안그랬을텐데. 아이를 낳는건 아이가 원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거고 어떤이유에서건 어른들의 필요성에의해 아이가 낳아지는거잖아. 근데 왜 날 키운걸 내가 엄마한테 빚진것처럼 말하는거지? 당신이 당신 선택으로 낳은거고 그것에대한 책임을지고 정성들여 키워야하는게 당연한거잖아. 당신은 책임을 져야했고 최소한의 양육을 했을진몰라도 나한테 사랑과 관심은 주지않았어. 그러면서 부모행세하고 나한테 그동안 받아온거 토해내라고 그지랄을 해대는거야? 속으로 엄마한테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싶어요. 이런 엄마와 나의 관계의 영향인지 나는 아이를 절대 낳고싶지않아졌어요. 사실 처음 결혼할땐 막연히 낳을거다..낳고싶다 라고 생각한적도있는데 나도 엄마처럼 될까봐 못낳겠는게 점점 커져요. 게다가 남편이 엄마랑 내가 싸우는거 보고나도 똑같이 애낳고 분노조절 못할거같다는 그런생각을 한거같아요 장모가 사위앞에서 내얼굴에대고 소리지르면서 욕했거든요. 내 남편 앞에서 그러다니 참 웃기기도하고 비참했죠 그냥 내가 확 죽어버렸음 좋겠는데 또 일상 생활할때 남편이랑은 하하호호 괜찮아보이게 지내고, 근데 또 성욕은 하나도 없어서 신혼인데 6개월넘게 부부생활도 안해요. 이게 나자신은 불편하지않고 오히려 하는게 싫은데 객관적으로 이렇게사는게 맞나? 싶고요. 남편은 여자문제 없는건 백프로이고요 그냥 일이피곤하고 내가 원하지않으니까 굳이 안하는것같은데 가만히 있는것도 이상하긴해요. 말하고보니 가족, 부부 문제가 다 섞여있네요. 아무튼 객관적으로 내가 지금 정상인상태는 아닌것같은데 생활할때는 정상처럼 보여요. 병원같은델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하는건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돼요. 근데 또 그런거 한번 시작하려면 돈도 많이들텐데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요. 병원같은델 가봐야할까요? 누구한테도 이런 얘기를 못하겠어요
IP : 118.32.88.169
답변내용 :
은정님,
가슴속 아픔이 많은 분이시네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오셨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냥 잠이 든 뒤에 다음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살았다니,
그 시절을 견뎌내는 일이 오죽이나 힘이 들었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성인이 되면 나아지겠지...이런 막연한 꿈이라도 있었기에
대학 진학도 하고 또 사회의 일인이 되어 직장생활도 하고, 마침내 결혼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무얼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왔는지
허무감이 느껴지시나 봅니다.

그런데요 은정님,
저는 은정님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정님이 성장한 그런 가정환경에서,
게다가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이 왕따까지 당하면서,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정말 대단하세요.

평범하고, 한심하고, 그리 훌륭해 보이지가 않아서 허무하다고요?
은정님이 해내신 그 일들,
대학 진학해서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도 하고...
30대 초반에 그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닌가요.

어쩌면 어머니와 계속 부딪히는 그 일이 은정님을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긴 세월 살아오면서 지속적으로 겪은 일 일터이니
쌓인 상처가 얼마나 많겠어요.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일 것 같네요.
가능하면, 흘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고통스러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요.
찾아보면 저렴한 비용, 혹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거든요.

은정님,
‘객관적으로 정상인 상태’ 라는 게 어떤 걸까요?
객관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잖아요.
많은 주관이 모여서 객관이 되는 것이다 보니
꼭 집어서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객관적이라는 것이 편견덩어리 일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부부생활이나 아이를 갖는 문제, 이런 것들은
남편과 대화하면서 풀어가시면 될 거예요.

보통사람들은 뭘 위해 사는지, 물어보셨는데,
글쎄요...무얼 위해서 살까요.
꼭 그렇게, 무얼 위해서 산다, 혹은 무슨 의미를 갖고 산다,
그런 게 필요한 건지 모르겠네요.
자꾸 그런 걸 추구하다보면 사는 게 더 힘들어 지는 것 아닐까요.

처음부터 내가 계획하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닌데,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는다는 것도 피곤한 일 같아요.
그냥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면 되겠지요.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또 잠깐씩은 즐겁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상담원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