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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건강변한게 없네요
작성자 작성일2025-03-16 조회249
안녕하세요.

이 글이 제 세번째 글이니까 이게 마지막이겠죠.

얼마전에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을 다쳤는데요, 머리를 묶을때마다 고무줄에 건드려져서 아프네요.

이런 일조차 말할 곳이 없다는게 마음이 아파요.
여기 글을 처음 쓸 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네요.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유일하게 연락을 하던 지인과 인연이 끝났어요. 15년 넘게 알아온 사람인데...마음이 아프진 않아요. 근데 이제 아무도 못 믿을 것 같아요.


얼마전에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어요.
청년부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어떨까싶어서 세례를 받기위한 교리수업 들을때부터 반년넘게 성가대 활동도 하고 회식도 꾸준히 나갔는데
결국 적응하지 못했어요.

이번달로 성가대를 그만두려고합니다. 청년회활동도 그만두고요. 그래도 주일미사는 나가려고 해요. 분명 미사에서 위안받은 때가 있었으니까 그때의 저를 위해서요.

정신과에서는 누굴 만날 수도 있으니까 주일미사는 나간다고 결심한게 잘한거라고 하는데요,

글쎄요. 저는 이제 제 인생에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이제 제 삶에는 공백만 있을 것 같네요.



요새는 토할 것 같이 마음이 아파도 눈물은 거의 안 나와요. 제 이런 삶에 적응을 한 걸까요?

여전히 세상은 저한테 불친절한데 시간은 잘 흘러가네요. 작년 8월에 글을 썼던데 벌써 새로운 해의 3월 중순이고 올해의 8월도 금방이겠죠.


저는 그냥...행복하고 싶었어요. 동생과 차별하면서 저만 때리고 욕하는 엄마와 신고할거라고 우는 저에게 신고하든가, 한마디하고 티비 예능보면서 웃는 아빠가 아닌 다른 부모가 있었다면 행복에 좀 더 가까울 수 있었을까요?

예전엔 책을 읽으면서 좀 행복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시간을 견디려고 책을 봐요. 그래서 조금 슬퍼요. 이제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책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이런 마음으로도 하루에 한시간은 공원을 걸으려고 하고 잘 씻고다닙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였으면 좋겠어요.


이제 저는 제가 나락에서 살고 있는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매일같은 불행은 나락의 일상이 아니겠어요?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니까 살기에 더 낫네요.


제가 몇 살에 죽든, 제가 죽을 때까지 세상은 저에게 불친절하고 아무도 절 좋아할 수 없겠죠. 왜 일생동안 아무도 날 좋아할 수 없었을까...도저히 모르겠지만. 학교 다니는 내내 은따였고, 왕따도 당했거든요.
왜 낳아놓은 부모까지 날 좋아할 수 없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어쩌겠어요. 싫다는데.


오히려 완벽하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드니까 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댈 곳이 없다는 거니까요.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픈 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머리는 우울증 걸린 이후로 제일 맑은 것 같아요. 세상이 제게 충격요법을 쓴 걸까요?






답변내용 저희와 세 번째 만남이시군요.
지난 일 년동안 ㅁ님에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요.

15년 넘게 알아 온 지인과 인연이 끝났다니 속상하겠어요.
그 사람이 있던 빈 자리를 보면서 느끼는 상실감이 있겠군요.
건드려지면 아픔을 상기시키는 손가락 상처처럼 말이지요.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하면서 성가대 활동도 하셨었네요.
성가대나 청년회 활동은 적성에 맞지 않으셨나 봐요.
그와는 별도로 주일미사는 계속 나가신다니 반가와요.

행복을 바라는 갈망은 우리의 보편적인 갈망일 듯 해요.
다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나 척도는 다를테고
동일한 사람에서도
세월이나 상황따라 행복의 기준이나 척도는 달라질테지요.

그냥 행복하고 싶었던 님인데,
동생과 차별하면서 욕하고 때리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
우는 딸의 마음에 반응하지 않고 무관심하던 아빠에 대한 기억들이
님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작용을 하고 있는 가 봐요.
그 기억들이 아마도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기억을 상쇄할만한 그 무엇이 있어야 님이 행복하게 될까요.

오래 오래 전,
텅 빈 마음의 항아리에 계속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저에게
제 스승은 ‘밖에서 들어오는 어떤 것도 네 마음을 다 채울 수 없으니
네 마음 안에서 스스로 솟아오르게 하라’고 타이른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이후로 스승의 그 말씀이 제 삶의 푯대가 되었지요.

불친절한 세상을 바라보는 님의 외로운 마음을 느끼면서
관심과 사랑을 바라는 님의 공허한 마음을 느끼면서
그래서 님의 아픈 마음의 진동에 제 마음이 함께 진동하면서
저는 잠시 님이 되어 불친절한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실 모두들 사랑과 칭찬과 관심에 목말라 있어요.
‘모든 나’는 너에게 머리를 기대어 위로를 받고 싶고...
‘모든 나’는 네가 나에게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바라고...

그래서 ‘모든 너’는
항상 어깨를 내어주어야 하고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지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는
서로 들어주고, 서로 바라보고, 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요.
그게 삶이지요.

님께서
어린 시절 서운했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넘어서면 좋겠어요.
부모님에게 기대했던 관심을 이제 스스로 자신에게 쏟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을 이쁘게 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챙겨보고
어떤 경우에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자신에게 관심을 쏟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저 서운하고 불친절한 세상이지만
길게 바라보고 살아가노라면
보이는 것들이 차츰 달라져 갈 거에요.
아주 작은 시도라도 그것이 지속되어가면서
5년, 10년 지나며 점점 차이가 크게 벌어지거든요.

지금 주일 미사를 잘 지켜가는 것도 좋고
시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고 있는 것도 좋아요.

지난 일 년동안에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꾸준히 살아가면서
그리고 새로운 시도롤 하나 둘 해 보면서
어느 순간에 나 스스로도 변화를 느끼게 될 거에요.
님의 가슴 속에서 행복이 솟아오르는 날이 올 거에요.

그것이 평생에 걸친 과정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게 삶의 목표, 삶의 큰 푯대였다 하게 되겠죠.
그게 인간됨의 성장이고 성숙이겠지요.
큰 어른이 되는 거구요.

부모님의 시점에서 보는 님이 아닌
님의 관점에서 보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님이기를 바랍니다.
기운내세요.

상담원 양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