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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살 이유
작성자정석진 작성일2025-03-17 조회232
문자 그대로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아빠가 힘들게 번 돈으로 하루하루 의미없게 생활하는데 학교를 가도 집에 가도 학원에 가도 친구 한명 없고 제 인생에서 딱히 절 좋아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어요. 사회성도 엄청 떨어지고 말도 어눌하고 글씨도 못 쓰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공부도 못하고 게으르고 멍청하고 못생기고 냄새나고 뚱뚱하고 이기적이고 세상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다 합친게 저 같아요. 말도 어눌하고 글씨도 더럽게 못 쓰고 어휘력도 엄청 부족해서 말하고 싶은 걸 제대로 표현도 못하는 주제에 영악하고 이기적이어서 습관적으로 잠깐잠깐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이나 해대서 주변 어른들 모두 저를 싫어하고 뺀질거린다고 하세요.
학원을 몇 군데 다니긴 하는데 숙제하거나 모의고사 볼 때도 공부할 의지 하나 없어서 정답지나 적당히 베껴서 내고 수업시간에도 맨날 졸고 그러다 학원에서 쫓겨난 적도 여러번이고 그래요. 몇년 전까지 아니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공부에 어느 정도 열정도 있어서 수학 경시대회도 나가보고 중간고사 때 전과목 만점도 받아보고 교우관계도 괜찮고 했었는데 저도 어쩌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사람이랑 대화를 이어나가는 법조차도 모르겠고 제가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싫어할까봐 못하겠어요.
전에는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누군가가 화를 내거나 어른들이 야단을 치거나 할때는 일말의 미안하다는 마음, 바뀌고 싶다는 마음이라도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조차 안들어요. 아니 그냥 감정 자체가 메말라 버린 것 같아요. 최근에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감정들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그나마 가끔 런저런 일들 때문에 짜증이 날때만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한테나 화풀이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도 학원에 가도 공부는 안하고 몰래 아무 의미도 없는 웹툰이나 유튜브나 보는데 제대로 공부를 안한지 너무 오래돼서 이젠 집중하려고 해도 십초에 한번씩 딴생각이 나요. 매일 일어나서 학교, 학원가서 유튜브, 웹툰보고 먹고자고싸고 이것만 반복하면서 공부나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안하고 게으르게 사는 주제에 웃기게도 꼴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배고프지도 않은데 달고 짜고 매운거나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이렇게 살아봤자 나중에 대학교도 못 나올게 뻔해서 머리 쓰는 일을 못하고 말도 어눌해서 서비스업도 못하고 뚱뚱하고 게을러서 몸 쓰는 일도 못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집에선 집안 분위기나 망치고 학교, 학원에선 친구들 면학 분위기만 망치고 이젠 바뀌고 싶다는 마음이 잘 들지도 들더라도 3일을 못가는데 제가 사라져봤자 부모님조차도 싫어해서 볼 때마다 너 같은걸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나가 죽으라 하시고 인생에서 절 좋아하는 사람이 진짜 한 명도 없는데 제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3달만 지나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 존재를 잊고 다시는 떠올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죽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힘든 노동이나 하고 살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할텐데
제가 저 스스로 왜 살아있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답할 말이 단 하나도 없어요.
답변내용 보내주신 메일 발 받았습니다.
님, 님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말을
저에게도 물어 보았습니다.
만약 저도 그것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면
정말 힘들고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님, 저는 님이 지금 고등학생으로서 이런 질문을 자기에게 던진다는 것은
나쁜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질문이 있어야 그 대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또는 누구의 도움을 얻어서
그 대답을 찾는다면 그만큼 성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님,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이유가 있기도 하고 삶의 이유가 없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님은 자기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의 모든 면이 열등하고, 다른 사람들이 님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하면
님은 님이 생각하는 대로 그런 사람이 된답니다.
그것이 님이 진정 원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님, 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님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상 열등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다닐 때는 공부에 열정도 있었고 수학 경시대회도 나가보고
중간고사 때 전 과목 만점도 받아보고 교우관계도 괜찮았었지요.
전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랑 대화를 이어나가곤 했고요.
님이 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모든 면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님,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님은 지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이 주어지지 않으니까
더 무력해지고 심지어는 자신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던 것 같아요.
자기의 기대와 현실과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답니다.

님, 이 때 님이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면
계속 부정적인 면만 부각이 된답니다.
그런데 님은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님도 좋은 면이 있는데 지금은 부정적인 것들이 님을 둘러싸다보니
좋은 면이 없어 보이는 것같이 생각되는 것이랍니다.
님, 님에게는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그것은 자신의 일부이니까요.

님, 부정적인 면은 지금까지 이야기 해 주셨지만
긍정적인 면도 무엇인지 다섯 가지 정도로 적어 보았으면 합니다.
열정도 있고, 전 과목 만점도 받아 보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고,
이렇게 글로 자신을 잘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더 깊게 생각해 보는 능력 등등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님, 지금은 이런 것이 정리가 안 되어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답니다.
그러나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답니다.

님, 살아가는 이유는 자기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찾기가 힘들지요.
내가 부정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이런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삶에 이유가 다시 생길 수 있답니다.

님, 이렇게 메일을 보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분명 좋은 점이 있는데 그리고 미래의 희망이 있는데
앞으로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님의 앞에는 빨간 버튼과 파란 버튼이 항상 놓여 있답니다.
빨간 버튼은 부정적인 것이고 파란 버튼은 긍정적인 것이랍니다.
어떤 버튼을 누룰 것인지는 님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답니다.
님은 분명 파란버튼을 누를 수 있고
눌러야 삶에 의미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님, 많이 힘드시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잘 이겨내서 희망차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아무쪼록 파란 버튼을 눌러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님의 앞날은 희망이 가득차게 될 것 같습니다.
님도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힘내세요. 님.

상담사 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