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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진로)뭘 해야할까요
작성자윤종영 작성일2020-06-04 조회7028
저번에 상담해주신분께 감사합니다만 한번만 더 질문해도 될까요.
어릴때부터 공부를 열심하다가 중학교때부터 계속되는 학원에 질리게 되면서 공부성적도 나빠지고 점점 실력도 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때 부터 다른걸 하면 안되겠냐라고 말해도 다른걸 할거면 니돈 벌어서 니가 알아서 하라면서 집을 나가라면서 맨날
제가 다른 직업에 환상에 빠져있고 노력도 안한다고 그럽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과목시험을 잘 봐도 모든 과목을 잘 보지 않는이상 늘 칭찬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니가 열심히 안한다, 그나마 잘하는게 수학인데 1등급인데도 칭찬한마디 없고 수학,과학,국어,영어 다 잘봐야 된다며 별말이 늘 없었습니다. 물론 잘하는 분들 보면 저는 별것도 아닙니다. 그냥 멍청한 놈이고 결과를 못내는 놈이죠.
제가 공부말고 좋아하는건 노래듣기나 운동인데, 늘 운동할때 힘들어도 가장 즐거웠습니다.
공부를 못할바에야 그냥 일단 체대준비, 혹은 어릴때 동경했던 소방관라도 해볼까 라며 엄마에게 말했으나 결국은 말싸움이고 아빠랑 통화하면서 아빠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나중에 말해라며 어느정도 위로해주었기에 저녘에 무슨무슨직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갑자기 뭔 헛소리냐고 공부나 하라면서 욕을 퍼부었었습니다. 무언가 목표를 잡고 싶은데도 잡을수가 없어요. 학원쌤들은 자주 말했습니다 제가 목표가 없다고. 부모님은 말했습니다 다 널 위한거라고 니 잘되라고 하는거라고. 지금 고2가 됩습니다만, 점점공부는 하기 싫고 학원4개를 다닌다고 힘들고 지루하고 죽어버리고 싶고 학원 가기싫다고 안 가는 날에는 싸우고 오늘은 아빠한테 빰 2대 정도 맞을거 같네요. 진짜 저가 싫기도 하고 엄마,아빠가 싫기도 하고. 욕도 했습니다. 그리고 날라오는게 손바닥이죠 화를 내며 가끔은 책상을 치거나 어제는 물건을 집어던졌습니다. 그러더니 나는 지금 너보다 이집 바닥이 더 중요하다네요. 나는 어릴때 대들지는 않았다, 부모가 자식보고 새끼라고 하는게 뭐가 잘못됐나는둥, 아빠는 늘 혼낼때 이 새끼가, 저 새끼가, 씨발새끼, 그리고 늘 손을 올리며 위협하죠. 그래놓고 제가 손을 막거나 화를 내면 더 처맞습니다. 물론 개처맞듯이 맞지는 않아요. 가끔 아빠랑 크게 싸울때 맞지. 엄마는 너 같은거 자식으로 두기 싫대요. 늘 나가래요. 니가 뭔데 다른거 하는데 지원을 바라냐고 말해요.
물론 중학교때부터 말 안듣고 공부를 조금씩 멀리한 제 잘못이고, 공부안하고 몰래 논 제 잘못도 많아요. ㅈㄴ 이기적인데도 나중에 자책하고 공부를 한동안 열심히하다가 또 소홀히하고 계속 싸우고 공부열심히할때 방해 안받으려고 방문잠구고 해도 싸우고 공부안할거면 나가라하고, 그러다가 언제한번 아빠랑 크게 싸우면서 아빠 목을 잡고 한손에는 가위를 들고있었지만, 이내 내려놓으면서 개처맞았습니다. 모두 제가 못됐다고 하시더군요. 어찌 이렇게 못됐냐고, 물론 아버지가 힘들게 일 하는건 알지만, 어릴때부터 공부만 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저는 친구들이 상식으로 알고있는 옷 브랜드나, 우리나라 지리(기본적) 보수가 뭔지 페미가 뭔지 마블이 뭔지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요. 공부를 열심히해도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어요. 어찌해야 할까요. 그냥 집을 나갈까요.
또 가위를 휘두를까요. 가끔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안가네요. 꿈에서 놀았던것이 현실처럼 느껴져요. 무엇하나 똑바로 할줄아는게 없네요. 그런주제에 죽고싶지는 않네요. 낙태3번 다 피하고 살아서 그런지 더 살고 싶네요. 이런글 쓰는것도 싫고 또 할줄 아는게 없어서 지금도 공부하고 있네요. 말싸움 싫어하면서 부모한테 살인을 하려했으면 입 꾹 다물라고도 말했네요. 진짜 못됐네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답변내용 고2, 18세의 종영님.

입시의 스트레스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네요.
지난 번 상담에서 조금은 더 성장하였지만,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진 것 같고
또 다른 힘듦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종영님의 미래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종영님이 힘든 것처럼 부모님 또한 현재의 상황이 힘들고 어려울 겁니다.
부모님의 경험으로 보면, 공부를 잘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미래에 대한 준비인데
아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고, 힘드실 겁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다만, 종영님과 부모님의 힘듦이 ‘폭력’으로 표현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영님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모든 것의 해결책은 ‘공부를 잘하는 것’인데요.
잘한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당장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걸 보면 가능성은 있어요.
얼마나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종영님의 결심과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을 겁니다.

둘째, 집안에서 ‘폭력적인 상황을 최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개선이죠. 부모님이 종영님을 대하는 것이 미숙하고 적절하지는 않지만, 종영님이 잘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부모님과 관계개선을 위해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공부 한번 해볼게요.” 라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노력하겠다는데 뭐라고 못하실 것 같아요.

셋째, 친구들이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게 있다면 부끄러울 일은 아닙니다.
종영님이 아는 걸 친구들이 모를 수 있어요.
관심이 다른 것이고, 관심이 생기고 종영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알아 가면 됩니다.

종영님은 그동안 가끔은 욱하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고, 할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잘 참아왔고 이렇게 상담을 하면서 길을 찾아온 것 같아요.
힘든 상황에서 마음을 열고 의논해주어 고맙습니다.

지난 번 상담내용을 돌아보니 종영님이 그동안 많이 성장해왔음을 느낍니다.
수학만 잘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도 마음도 많이 자랐네요.
아픔을 겪고 스스로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 같아요.

종영님의 삶의 주인은 부모님은 아닙니다.
종영님의 삶의 주인공은 종영님입니다.
종영님의 삶의 책임과 원인을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풀어갈 수 없습니다.
종영님이 확신을 가지고 원하는 일이 있다면 부모님이 끝까지 반대하실 순 없죠.

부모님이 종영님을 돕고 지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힘든 상황에서 서로 풀어가는 방식의 문제인데 폭력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조금은 거리를 두고, 따뜻한 말로, 때론 유머 있는 말로 대응해보세요.
부모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 어려울 수 있지만, 종영님이 시작하면 가능할 겁니다.
따뜻한 또는 유머 있는 말은 서로의 짐을 조금 덜어줄 수 있는 힘이 될 겁니다.
말의 힘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힘들게도 하죠.
부모님이 먼저 할 수 있다면 좋지만,
부모님이 좀 늦더라도 종영님이 시작하면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부모님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나’ 스스로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 보았으면 합니다.
부모님은 나를 도와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에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위해 집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선택을 순간순간 해나갈 수 있기 바랍니다.
힘들 땐 언제든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네요. 힘내세요.
종영님을 응원합니다.

상담원 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