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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건강자살하면 안되는거 겪어봐서 알지만 지치네요
작성자김하은 작성일2021-01-16 조회288
조울증과 불안장애, 경계성 인격장애로 27살인 지금까지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번듯하고 이리저리 재주 많은 사람이지만, 수면 밑의 현실적인 문제도 많구요.

원체 예민하고 감정적이라,
자해 경험도 있고 자살 계획도 해본 적 있어서

사람이 어떨 때 죽고 싶어하는지
그럴 때엔 무슨 생각이 드는지
그 무슨 말도 귀에 안 들린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27일에 친한 친구가 자살을 했고, 죄책감과 원망, 후회로 괴로워하면서 그 후에 벌어진 끔찍함을 겪었기에 자살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임을 경험했습니다.

오늘은 익명 커뮤니티에 누군가 죽겠다는 글을 올렸고, 말려도 말려도 여전히 심각해보여서 제 번호를 남기고 전화해달라고 글을 썼습니다.

다행히도 전화가 왔고, 자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요.

친구의 자살 이후로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지지해주겠다, 좋은 사람이 되어주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살고는 있지만

제 내면의 공허함과 우울과 절망, 자기 혐오 때문에 쉽지가 않네요.

오늘 초면인 분과 전화를 하면서 느꼈습니다.

그 분이 느끼는 자해충동, 죽으면 해방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사고방식,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상처와 불신

그리고 제가 아무리 그 어떤 아름다운 말이나 진실된 공감을 해도 결국 당장은 마음 표면으로 스치듯 흘러나가고 말 사실들.

모든게 너무나도 이해가 갑니다.

죽으면 안되는거 아는데
친구를 그렇게 보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죽지 말라고 간청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어하는 제가 너무 힘들어요

오늘 전화한 사람이 만약에 죽는다면
그럼 저도 죽는 것이겠지요.

전 결국 제가 살기 위해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나아짐을 강요하고 걱정과 조언을 핑계삼고 있는게 아닐까요?

사는게 어렵네요.

이 게시판에 올라온 고민과 답변들을 쭉 읽어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맨 몸으로 받아내면서 격려와 공감을 진심으로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요. 대단하십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그런 것들을 바라고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러나 저러나
생명의 전화가 있어서
이런 공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친구가 자살하고 난 뒤로 막연히 외우고만 있던 번호를 제가 직접 구글에 검색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답변내용 하은님
보내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일이 참 많았군요.
조울증, 불안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도 있었고
친한 친구의 자살도 경험하셨군요.
얼마나 큰 어려움 속에 있었는지
사실 저는 짐작조차 못하겠네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 원망, 후회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도 고향 친구를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어
그 아픈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답니다.

친구의 죽음이 있고 난 후
정작 자신은 공허와 절망과 우울감이 있었지만
죽고 싶은 낯선 사람들을 지지해 주고
공감해 주면서 죽지 말라고 하셨군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내면의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행동이
이제는 지쳐서 미처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제 생각으로는 하은님의 마음은
아직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 대한 자책감으로 인해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하은님,
지금 메일을 정말 잘 보내 오셨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길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하은님,
친구의 죽음은 하은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은님과 친했다고 해서 자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의 죽음이 슬프고 안타깝지요.
그러나 언제나 고인을 하은님의 마음 속에 품고
고인과 함께 살아갈 수는 없답니다.
빨리 마음 속의 고인을 하늘나라도 떠나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고인이 떠난 자리에 자기 자신, 자신의 꿈과 희망과 목표가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자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인이 지금 이곳에 없지만
고인에 대해 좋았던 추억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이 없는 이 현실에서 자기를 되찾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하은님은 다른 사람을 살리려 하기 보다는
자신이 살아야 할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은님, 하은님은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자신이 힘이 든 데도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니까요.
하은님의 그런 착한 마음 때문에
친구에 대한 자책감도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은님,
만약 지금 정신과적 문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면
상담과 약 복용을 충실히 잘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상담을 받고 있지 않다면
상담을 꼭 받아 보았으면 합니다.
힘들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 다른 사람들을 무리해서 도우려 하면
지쳐서 더 이상 도울 에너지가 없게 된답니다.

하은님,
이제 하은님의 삶을 살았으면 해요.
고인이 된 친구가 하늘나라에서 하은님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안타까워할 것 같네요.
지금은 다른 사람을 챙기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토닥해 주었으면 해요.
착한 하은님을 위로해 줄 분은 자신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자신을 연민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지지해 주세요.

하은님,
언제고 자신이 다시 회복되면 그 때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하은님!

상담원 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