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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진로)안녕하세요
작성자현이 작성일2021-01-21 조회146
안녕하세요.

어릴 때 심하게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꼈고, 커터칼로 몸에 작은 상처를 낸다거나 창문에 매달리는 식으로 스스로를 학대했어요. 가족들은 제겐 관심도 없었구요, 오히려 더 상처를 줬었어요. 그래도 그 때의 전 기특하게도 자살의 충동을 삶에 대한 원동력으로 바꿨어요. 그 후론 완전히 삶이 바뀌었죠. 힘든 친구들을 오히려 위로해주고, 성적도 올리고. 고등학생 땐 대내외로 저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던 친구가 또 없었을 거예요. 딱히 대학에 대한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었지만 촌동네에서 인서울도 했어요. 그런데 취직 준비하면서 삶에 대한 원동력이 많이 옅어졌나봐요. 제 관심분야 중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자 잘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다가도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버거운 일들이 일년에 한 번씩 꼭 찾아오더라고요. 안 그래도 어려운 시험인데. 그래도 이젠 절 괴롭히는 외부의 것들을 어느정도 극복했어요. 근데 더 큰 벽이 있었네요. 제 스스로가 제 발목을 잡고 있어요. 잘 공부해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지난 시험을 통해 느꼈고, 그래서 이 시험을 준비하는 제 삶이 참 불안합니다. 그래도 전 어리고 제가 원하는 바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리고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서 올해 또 시험에 도전하려 하는데. 그런데 책만 펴면 까막눈이 된 것 같아요. 너무 어렵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너무 막막해요. 2년 공부했으면서 간단한 문제 하나도 안 읽히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해서, 심장을 꽉 조이는 느낌입니다. 제 인생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 같아요.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다가도, 지난 세월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열심히 버텨왔어요. 잘 살았고요. 또 너무 무서운 건 과거 자살충동을 삶의 원동력으로 바꾸어 뭐든지 잘 헤쳐나갔던 그 힘이, 지금은 영 안 나요. 그래서 겁이 납니다. 쳇바퀴 돌듯이 그 힘든 시기가 반복되는 느낌이예요. 지금 겪는 이 굴곡을 꼭 헤쳐나가야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과거 경험했던 긍정적인 삶의 변화가 또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겨내고 싶어요. 또 힘들어서 이대로 이 시험을 포기해버린다해도, 다른 거라고 쉬울까요. 그래서 너무 괴로워요. 산넘어 산.
답변내용 글 내용 중에 '기특하게도'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현이 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네요.
어린 시절, 낯선 많은 일들을 처음 경험하다 보면,
위축되기도 하고 포기하고도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죠.
그런데도 그런 감정의 에너지를 모아 오히려 남다른 삶의 활력을 찾았으니
현이 님은 정말 기특한 분이시네요.  

그런 성공적인 삶의 역사를 만들어 냈지만, 
현실의 벽들은 또다시 반복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 
특히 청춘들을 시험에 매달리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하지만, 현이 님은 내적인 잠재력이 강한 분이라는 걸
스스로의 역사로 이미 증명해 낸 분인걸요.
다른 상황에서 다른 감정에 빠졌다고 하여
스스로의 나약함을 탓해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같은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여럿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터놓을 기회도 있는 학창시절과,
홀로 기약없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은 차이가 크겠지요.
수험생활은 공부를 위하여 스스로를 세상에서 격리하는 과정을 요구할텐데요.
대내외 활동이 활발하고 친구들을 격려하면서 큰 성취를 이루던
현이 님의 과거 경험과 현재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아닐까 짐작되는군요.

그러니,
지금 현이 님이 시험에 떨어진 이후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이것도 못하니 앞으로 다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거야,
하며 확대 해석을 하지는 마세요.
무리하면 내 몸이 감기몸살에 걸리듯이,
지금은 마음이 피곤하고 아픈 상태인 거에요.
그러니 우선 아픈 마음을 돌봐 주세요. 
필요하다면 한동안 쉬거나, 다음을 기약해도 괜찮아요.  

원하는 바가 확실하다는 것은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많은 다른 중요한 것들에 대해 눈을 감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지요.  
변화가 극심한 요즘 세상에서는
한 번 세운 목표를 자신의 의지로 관철시키는 능력보다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나 회복탄력성,
상황에 맞게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pivoting)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강조되기도 하죠. 

내가 원하는 것과, 세상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과거에 설정했던 나의 목표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것, 
모든 일에는 실패가능성이 있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장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것 역시 
자신의 인생 경로를 탐색해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경험라고 생각해요.  

현이 님이 연이어 시험에 재도전하든
혹은 다른 길을 모색하든 간에,
현이 님이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현이 님은 마음 속에 강한 힘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느껴져요.
부디 그 힘을 다시 이끌어 낼 수 있기를,
저희도 마음 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상담원 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