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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교회, 마지막으로 찾고 싶은 곳 / 하상훈 원장
작성자생명의전화 작성일2018-12-14 조회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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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 원장 /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11년, 한강교량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고심하다가 "전화"를 떠올렸다. 만약 다리 중간에 "전화"가 설치되면 투신자살을 시도하려던 분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SOS생명의전화"였다.

 

막상 교량에 전화를 설치하자니 자원이 없었고, 많은 행정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SOS생명의전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장 투신자 수가 많은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확대해서 지금은 인도교가 있는 모든 다리에 전화를 설치하여 19개 교량에 74대의 전화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전화는 버튼식 전화로 되어 있다. 전화기의 빨간색 버튼은 119구조대에 신고하는 전화고, 녹색 버튼은 24시간 365일 생명의전화 전문상담원들과 상담할 수 있는 전화다. 처음 설치할 때에는 차량 통행이 빈번한 교량위에서 전화가 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있었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2011년부터 7년간 걸려온 위기전화는 총 6497건이고 투신 직전의 시도자를 119구조대와 경찰을 출동시켜 구조한 경우가 1077건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강 교량에서의 자살 투신 사망자를 2011년 95명에서 2017년 13명으로, 지난 6년 동안 큰 폭으로 감소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이 긴급전화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은 먼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아무 비판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주 먼 지역에서 이곳까지 걸어와서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숨을 쉬게 하려면 구멍을 뚫어 주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죽음에만 몰두해 있지 않고 시소를 타는 듯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결할 수 없는 곤란한 문제로 지금은 죽고 싶지만, 다른 해결책이나 대안이 있으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다른 대안이 있다면 살고 싶은 것이다. 자살 위기자들이 이것 아니면 저것, 모 아니면 도, 성공 아니면 죽음 같은 극단적 흑백논리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 있으면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는다. 우리 모두가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책임성을 갖자고 선언한 날이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2배 이상인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정부는 올해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발족하였으며, 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큰 사회문제인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만 맡겨놓을 것인가?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교회가 경청의 사역(listening ministry)을 대국민 캠페인으로 전개해 보는 것이다. 교회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가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생의 막다른 곳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은 위기로 인해 사면초가에 갇혔지만 하나님께서는 다른 대안, 다른 문을 열어 놓고 계신다는 긍정적 삶의 신념을 갖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교회가 넘어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것이고, 살아야겠다는 희망과 대안을 찾으려고 용기를 낼 것이다.

 

우리 교회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주님께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이다.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교회의 강단에서, 교회학교 교육과 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생명사랑을 실천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 기사출처

한국기독공보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77922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