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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한·일 자살 유자녀 교류회를 보며 / 하상훈 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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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생명의전화 | 작성일2018-12-17 조회5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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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 원장 /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지난 11월 23일~25일 서울에서 제2회 한·일 자살 유자녀 교류회가 열렸다. 이 교류회는 한국생명의전화와 일본 라이프링크가 함께 하는 모임으로 자살로 부모를 잃은 유자녀들의 모임이다. 부모가 자살로 먼저 떠난 후 남겨진 유자녀들은 큰 고통과 상처를 받은 채 홀로 견뎌 나가야 한다. 먼저 그들은 가족 내에서 역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때로는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심리적으로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영적인 감각도 회복해야 한다. 2박 3일 동안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 아픔을 나누고 교류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정체감을 찾아간다. 교류회 기간 동안 그들은 서로의 나라에 대한 자살 현황을 이해하고 자모모임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각 나라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로서 향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논했다. 필자는 자발적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청년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자살 유가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전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1만 3000명이 자살로 사망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자살 시도자는 자살자의 10~20배가 되고,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외상을 경험하는 자살 유가족은 자살자 1명당 평균 6명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년 8만여명의 자살 유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와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먼저 기독교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자살심리학자인 슈나이더만은 자살 유가족들은 가장 큰 정신건강의 피해자들이며 그들은 평생 자살자의 유골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살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오명으로 심한 수치감과 무력감, 그리고 우울감과 절망감에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는 유가족들을 자살의 피해자로 생각하고, 그들 때문에 고인이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인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거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자살 유가족에 대한 상담 및 치료가 절실하다. 대부분 자살 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다. 이 장애의 특징은 처음받은 충격이 계속 재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는 계속된다. 한국생명의전화는 이들을 위한 유가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매월 개최되는 모임에 참여하도록 한다. 그리고 전화상담을 통해서 서로 보살피는 기회를 주고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유가족들에게는 병원 치료를 의뢰한다.
유가족을 위한 보살핌은 정부가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간단체와 종교단체의 참여가 절실하다. 특히 기독교는 유가족이 심리적 지원과 종교적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갔으면 한다. 필자가 상담한 분 중 어떤 분은 가족이 자살로 죽었기 때문에 지옥에 갔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였다. 결국 그는 교회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교회 공동체는 그들을 품어주어야 하고 그들을 위한 장례식이나 추모의식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보살펴 주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로마서 8장에 있는 말씀처럼 아무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자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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