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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합니다
작성자생명의전화 작성일2020-05-19 조회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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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합니다

SOS생명의전화 상담사례 연구모임

 

 

 상담자1 : 네, 생명의전화입니다.

 내담자1 : (울음이 느껴지는 목소리) 안녕하세요. 

 상담자2 : 네, 안녕하세요~ (긴 침묵이 이어짐) 어떤 도움이 필요하세요? 

 내담자2 : (흐느끼다가) 어... 보통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나요?

 상담자3 : 그냥 힘든 이야기, 자기 이야기를 해요.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편하게 말씀하시면 되요. 

 

마이크를 든 상담사가 사례를 읽고 나머지는 진지하게 살피고 있다

 

 두 명의 상담사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맡아 소리 내어 읽고, 나머지 상담원들은 손끝으로 자료를 훑어가며 숨죽여 집중했습니다. 마치 자료 속의 대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잠시의 침묵이나 숨소리 하나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한강 다리마다 설치된 SOS생명의전화에서 걸려온 상담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그 발길을 돌려주길

 

 SOS생명의전화는 한강 다리 위에 설치된 긴급상담전화기입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다리를 오른 누군가가 수화기를 들면 24시간 365일 대기하고 있는 상담원과 연결됩니다. 전화벨이 울리는 그 순간. 어쩌면 누군가의 생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상담원들은 가장 긴장되는 순간으로 꼽습니다. 

 

상담 흐름도. 전화가 오면 대화를 통해 위기 정도를 파악한 후 필요하면 119나 112에 신고해야 한다

 

 내 상담이 다리 위에 선 사람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그 무거운 책임감이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모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상담사례를 함께 읽은 후에 진행되는 토론은 자못 격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내담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더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질문이 오고가기도 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습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질문법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마음을 돌리고 위기에서 구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상담이기 때문에, 상담사들은 위기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첫 통화가 시작되고 작년 말까지 8년 반 동안, 걸려온 전화는 총 7,854건.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한 것만 1천5백 건을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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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슈퍼바이저로 참석한 이광자 이사(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없이, 늘 괜찮다고 말해왔을 내담자의 마음이 얼마나 허허롭고 힘들었을지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중요하다. 괜찮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제일 힘든 게 무엇인지 묻고 공감하라.”고 말입니다. 

 

조금씩 더 나은 상담으로, 생명을 살리는 전화

 

 이번 모임에서 다룬 사례 속의 내담자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울면서 다리에 올랐던 내담자(실제로는 내담자 역할을 맡아 읽은 상담원)의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가 다행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사례연구 모임을 마친 상담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정말로 집에 잘 도착했을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을지. 결코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례연구 모임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례연구 모임을 통해 상담원들은 더 나은 상담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더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상담원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수화기를 든 사람들의 쳐진 어깨를 토닥일 수 있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히 집으로 돌아가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어두운 밤 다리 위의 생명의전화가 빛나고 있다

 한국생명의전화에서 45년간 활동한 상담원이자 이날 자문 역할을 맡았던 이광자 이사에게 ‘전화를 망설이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다음은 그 대답이다. 

“그 다리 위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세상에 혼자라고 느꼈겠지만, 이 전화 너머에 내가 있어요.”

 

*글/사진=모금홍보팀 이예경

 

*이 사업은 서울특별시소방재난본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